대구오페라하우스, 레온카발로 서거 100주년 기념 오페라 '팔리아치' 개최
지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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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6 03:59 | 최종 수정 2019.04.06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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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대구오페라하우스가 루제로 레온카발로(Ruggero Leoncavallo) 서거 100주년을 맞아 ‘베리스모(Verismo)’ 오페라의 정수 <팔리아치>를 무대에 올린다. ‘진실’이라는 뜻의 단어 ‘베로(Vero)’에서 파생된 ‘베리스모’ 오페라는 신화나 영웅적인 이야기로 가득했던 당시의 오페라와 달리 일반 사람들의 사랑과 질투, 살인 등 ‘현실보다도 더 현실 같은’ 삶의 단면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일컫는 용어다.
레온카발로의 작품 중 가장 큰 사랑을 받은 <팔리아치>는 작곡가 본인이 대본까지 직접 작성한 작품으로, 극 중 유명한 아리아 ‘의상을 입어라’(Vesti la giubba)는 전설적인 테너 ‘엔리코 카루소’가 녹음하여 레코드 역사상 처음으로 1백만장의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극 중 극’의 액자식 구성으로 관객을 몰입시키는 <팔리아치>
이탈리아어 ‘팔리아초 Pagliaccio’의 복수형으로 ‘광대’라는 뜻을 가진 <팔리아치 Pagliacci>는 19세기 이탈리아의 유랑극단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레온카발로는 광대들의 사랑과 질투, 집착과 비극적인 결말의 서사를 짧은 시간 안에 긴박하게 구성하였다. 특히 2막에서는 유랑극단들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특별한 무대장치 없이 즉흥적으로 연기했던 이탈리아의 정통 희극 ‘코메디아 델 라르떼(Commedia dell'arte)’를 ‘극 중 극’으로 삽입하는 액자식 구성이 돋보이는데, 이는 관객들이 직접 극 속으로 들어가 마을주민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는 듯 착각하게 만들고 현실과 무대의 경계가 무너지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팔리아치>의 공연시간은 총 70분으로 일반적인 전막오페라에 비해 짧은 편이라 다른 작품들과 함께 공연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구오페라하우스는 <팔리아치>만을 무대에 올려 관객들에게 작품 자체의 감동과 여운을 길게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선물할 예정이다. 또한 여타 전막오페라에 비해 저렴한 가격 책정, ‘실제로 있을 법 한’ 이야기가 주는 흥미로움 등 다양한 매력들을 더해 오페라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지의 감성을 그대로 재현할 연출, 열정과 원숙함이 공존하는 캐스팅!
연출가 엔리코 카스틸리오네(Enrico Castiglione)는 이번 오페라의 배경이기도 한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의 타오르미나 극장(Ancient Theatre of Taormina)에서 개최되는 오페라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으로, 남부 민중들의 거친 삶과 유랑극단의 모습을 무대에 그대로 재현시킬 예정이다. 지휘자 ‘카를로 골드스타인 Carlo Goldstein’은 그라츠 국제지휘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으며, 지난해 대구오페라하우스 기획오페라 <투란도트>를 완벽하게 소화해 호평 받았다. 이번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시즌오페라 <팔리아치>에서는 이탈리아의 정통 음악과 연출이 주는 감성을 충분히 맛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베리스모 오페라는 인간 내면의 욕망과 본성, 극적인 감정을 연기와 음악으로 표현해야하기에 결코 노래하기 쉽지 않은 오페라다. 자칫 감정이 앞서버리면 음악의 완성도가 무너지거나 박자가 흐트러지기 쉽기 때문. 이번 오페라 <팔리아치> 출연진의 평균연령은 40대 초중반으로 젊고 열정적인 만큼 정확하고 견고한 음악과 표현을 기대하기 충분하며, 현재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소프라노 이윤경(넷다 역)과 테너 이병삼(카니오 역), 바리톤 한명원(토니오 역), 대구오페라하우스 주역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소프라노 신은혜(넷다 역), 바리톤 임희성?나현규(실비오 역), 테너 차경훈(카니오 역), 김성환(베페 역), 현재 필리핀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한국인 바리톤 박병인(토니오 역) 등 원숙함과 열정이 공존하는 최고의 출연진으로 구성되어있다.
대구오페라하우스 배선주 대표는 “레온카발로 서거 100주년에 대구오페라하우스의 2019년 시즌공연을 <팔리아치>로 시작하게 되어 기쁘다”며, “이탈리아 연출가와 지휘자를 통해 정통 이탈리아 오페라의 진수를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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