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많았던 실내악 갈라 콘서트
2019 대관령겨울음악제 실내악 갈라 콘서트 NOwhere:NOWhere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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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0 20:08 | 최종 수정 2019.02.1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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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음악제를 꾸려온 10인의 뮤지션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예술감독 손열음을 중심으로 저마다 개성강한 예술가들이 ‘대관령’이라는 키워드로 다시 묶인 셈이다. 갈라 콘서트 특성상 전체적인 흐름이 산만해질 수도 있는데, 이들은 테마를 명확하게 하면서 통일성을 더했다. 다양한 나라의 작곡가들을 두루두루 고르고, 또 묶어 배치하는 세심한 프로그램 선별도 돋보였다. 게다가 손열음을 중심으로 모인 다양한 음악세계의 예술가들은 축제의 격을 한 단계 높였다. 자칫 형식적인 오프닝이 될 수도 있는 공연을 찬란하게 빛냈다.
1부는 프랑스 작품들이 주로 연주되었다. 클로드 드뷔시뿐만 아니라, 마르셀 투르니에, 필립 고베르, 올리비에 메시앙이 역시 무대에 올라 프랑스 작품들의 세계를 둘러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되었다. 프랑스라는 커다란 카테고리를 함께하지만, 그 안에 묶인 작품들은 특징을 달리했다. 특히 하피스트 마리-피에르 랑글라메의 연주의 방식에서 그 차이를 짐작할 수 있었다.
2부는 프랑스적인 색채를 벗고 독일음악과 러시아음악이 이어졌다. 우선 슈베르트의 야상곡으로 시작되었다. 조성의 변화과정도 자연스러웠고, 때로는 이를 활용한 극적인 연출을 해내기도 했다. 슈만 피아노 사중주에서는 2019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된 피아니스트 박종해가 중심을 잡아주었다. 그리고 첼리스트 율리안 슈테켈은 슈만 연주에 아주 적절한 음색을 지니고 있어, 안단테 악장에서 슈만의 낭만성을 무대 위에 고스란히 피워 냈다. 이후 독일 작품을 넘어 차이콥스키에 이르자, 연주자들은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은 보다 자유로워졌고, 3시간에 달한 공연은 성황리에 마무리 되었다.
이 날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강원도에서 대관령겨울음악제가 시작되었다. 서울공연을 통해 대관령음악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며, 어떤 방식으로 열릴 것인지 관심을 환기할 수 있었다. 대관령음악제는 결국 평창라는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야 한다. 주어진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예술감독의 역할이 중요하다. 예술감독의 명확한 기획과 전방위적 참여도 그리고 활용할 수 있는 연주자 네트워크 풀까지, 모두가 페스티벌의 흥행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손열음 예술감독은 뜻을 함께하는 예술가들과 새로운 기획을 시도하며, 멋진 출발을 했다. 더욱더 많은 관심 속에 대관령음악제가 통영과 더불어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국제음악제로 자리 잡기를 희망한다.
by.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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