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광팬의 눈으로 본 대관령겨울음악제 ‘소녀, 여왕이 되다’
최건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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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0 23:06 | 최종 수정 2019.02.10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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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는 228.56점으로 세계 신기록을 경신하며 금메달을 땄다. 이날은 대한민국 국민과 모든 피겨 팬이 잊지 못하는 날이다. 그날 올림픽에서 행운을 부르는 파란색 의상을 입은 김연아 때문인지, 이번 <소녀, 여왕이 되다> 연주회에서 피아니스트 손열음도 파란색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파란색 드레스를 입고 등장하는 손열음을 보고 김연아와 손열음이 동시에 떠올랐고, 그들이 하나 됨을 느꼈다.
첫 곡은 '아디오스 노니노'로 시작되었다. '아디오스 노니노'는 아르헨티나 작곡가 아스트로 피아졸라의 곡으로 우리에게 친숙하다. 김연아는 2014년 소치 올림픽에 이 곡을 선택해 마지막 현역 경기를 펼쳤다. ‘아디오스’의 의미는 ‘안녕’, 즉 이별을 말하는 것이다. 이 곡을 사용함으로 현역 선수 활동의 이별을 말했던 김연아. 연주가 진행되는 내내 마지막 무대에서의 김연아의 모습을 비롯해 김연아의 모든 현역 선수 생활 순간순간이 필름처럼 지나갔다.
두 번째로 시작한 곡 역시 기대에 부응했다. 바로 김연아가 시니어 무대에 처음 가지고 나온 ‘종달새의 비상’이라는 곡이었다. 영국 작곡가 랄프 본 윌리엄스의 곡인 이 곡은 특유의 세밀한 뉘앙스가 있다. 그런 부분을 들을 때마다 음악의 뉘앙스에 맞게 펼쳐졌던 김연아의 안무가 떠올려지고는 했다. 나도 같이 호흡하고 싶었달까...? 5음 음계가 자주 드러나 동양적인 이미지도 풍기는 이 음악과 바이올린에서 아주 세밀한 진행은 예술 그 자체였다.
세 번째 곡은 내가 절대 잊을 수 없는 곡이었다. 2009년 김연아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역사상 여자 싱글 최초로 200점을 돌파하며 대한민국 사상 최초로 피겨에서 금메달을 안겨주었다. 이때 사용된 작곡가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와 작곡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를 들으며 피겨 광팬인 나로서는 김연아가 이곳에서 점프했지, 여기서 스핀을 했지 등 모든 것이 떠올려졌다. 이 음악을 실황으로 들으면서 김연아를 상상하니 이 음악의 깊은 뉘앙스를 쉽게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대망의 거쉰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가 연주되었다. 거쉰은 재즈와 클래식을 묘하게 음악에 접목한 작곡가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곡가이며, 많은 피겨 선수들이 그의 음악을 사용해 피겨계에서도 친숙한 작곡가이다. 이 곡을 연주한 손열음은 기본기가 아주 충실한 피아니스트 같았다. 또한 김연아 역시 기본기에 매우 충실한 선수이다. 매력적인 두 명의 이미지는 이 곡을 통해 무언가가 잘 어우러지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마지막으로 나는 이번 <소녀, 여왕이 되다>를 기획한 손열음 대관령겨울음악제 감독에게 대단하다고 손뼉 쳐주고 싶다. 때로는 색다른 것을 원하고, 일상 속 깊은 영감을 끄집어내고 싶어 하는 나 같은 사람의 예술적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이번 연주회는 아주 특별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에서 이런 공연이 펼쳐지니 피겨 광팬인 나로서는 너무 반가웠다. 김연아와 손열음이 함께한다는 아이디어가 너무나 좋았다. 앞으로 이 공연이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전 세계를 향해 뻗어 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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