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성민제, "더블베이스의 ‘진짜’ 목소리를 들어보셨나요?"

더블베이시스트 성민제 리사이틀
‘Bass plays kreisler’

김민지 에디터 승인 2019.03.05 18:10 | 최종 수정 2019.03.05 18:27 의견 0
더블베이스 연주자 성민제 ⓒ크레디아

글을 어떻게 시작해야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을까? 

첫 문장 지웠다 쓰길 두 시간째 반복하고 있다. “오는 *월 *일 *에서 *가 리사이틀을 펼친다. *는 *에서 *했으며…” 이런 뻔한 서문으로 베이시스트 성민제의 오는 공연을 소개할 순 없다. 내 생각보다 그는 훨씬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사람이고, 무엇보다 베이스를 정말 잘 하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단 한 명이라도 이 첫 문장을 읽고, 이 공연 소식을 읽고 그의 음악을 접해보길 간절히 바라며 서문을 맺어본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Q. 3월 15일(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독주회를 앞두고 계십니다. 어떤 마음으로 준비하고 계신지요?

"독주회는 음악가들에게 있어 일종의 자기 시험대 같은 곳이죠. 저에게도 역시 그렇습니다. 하지만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관객들이 더블베이스를 솔로 악기로 접할 기회가 적다 보니, 제 연주회가 즐거운 리사이틀이 되었으면 해요. 베이스에 대한 좋은 기억을 남겨드렸으면 하고요."

Q. ‘Bass plays kreisler’라는 제목으로 리사이틀을 여십니다. 전반적인 레퍼토리 소개 부탁드려요.

"전반부는 현재까지 베이스를 연습해오면서 트레이닝을 많이 해왔던 곡들로 구성했습니다. 그만큼 베이스라는 악기의 특성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작품들이죠. 정말 베이스다운 레퍼토리라고 할 수 있어요. 후반부에는 크라이슬러의 여덟 곡 정도를 연주할 예정인데요. 2011년도에 제가 크라이슬러를 전곡 녹음한 적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정말 좋은 곡들, 들려드리고 싶은 곡들을 추렸습니다. 좋은 색깔의 크라이슬러를 보여드릴 예정이에요. 김택수 선생님, 김민경 선생님께서 베이스에 어울리는 편곡, 베이스가 메인이 되는 실내악으로 편곡해주셨고 거기에 비올라, 바이올린, 피아노가 함께 어우러져서 베이스가 반주만 하는 게 아니라 솔리스트로서 같이 앙상블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같이 연주하시는 바이올리니스트 장유진, 비올리스트 이한나, 피아니스트 최현호 선생님과는 어떻게 함께 연주하게 되셨나요?

"어릴 때부터 금호문화재단에서부터 연이 닿았었고 그때부터 실내악을 많이 했던 사이에요. 굉장히 오래됐죠? 한 15년 정도...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아무래도 편안한 부분이 있죠. 서로 굉장히 친하기 때문에 무대에서 서로의 교감이, 크라이슬러를 통해 더 잘 표현될 것 같아요."

Q. ‘음악가 가족’으로 유명하시죠. 모두 클래식을 전공하고 계신데, 선생님은 클래식을 뛰어넘어 타 장르와의 콜라보레이션에 망설임이 없으시잖아요. 이런 선생님의 새로운 시도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처음에는 긴가민가하셨던 것 같아요. 저처럼 음악활동을 하시진 않았으니까요. 클래식만 전문적으로 해 오셨기 때문에… 하지만 꾸준한 모습을 보여드리니까 인정해주시더라고요. 잠깐씩 보여주는 게 아니라 정말 내가 좋아서 한다는 게 보이니까, 즐기면서 하는 모습을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더블베이스 연주자 성민제 ⓒ크레디아

Q. 더블베이스라는 악기만의 장점을 어필해주신다면?

"악기 자체가 재즈에서도 중심을 잡고 있는 악기고 클래식에서도, 특히 오케스트라에서는 없어선 안 될 악기죠. 베이스가 없으면 음악이 텅 비는 느낌이 들거든요.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게 매력이라 생각해요. 또, 다른 악기들은 훌륭한 연주자도 세기별로 많이 나왔었고 전형적인 아티스트가 꾸준히 나왔는데 클래식 더블베이스는 아직까지 그런 아티스트가 많이 없기 때문에,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Q. 혹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다른 악기를 택할 수 있었다면 어떤 악기를 택할 것 같나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일단 음악을 안 할 것 같고요.(웃음) 시간을 되돌려서 음악을 ‘꼭’ 해야 한다면 작곡을 공부하고 싶고, 클래식 작곡을 공부하면서 여러 악기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지금 드는 생각은 그렇네요."

Q. 더블베이스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이 많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는데요. 선생님은 어떻게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악기 자체가 크고, 일반적으로 접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지금은 정말 많이 사라진 것 같아요. 베이스를 취미로 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고... 굉장히 올바른 방향이라 생각합니다."

Q. 남은 올해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올해 5월에 내한공연을 하게 됐어요. 국제더블베이스콰르텟이 내한공연 투어를 할 예정이고, 그때 아마도 실황 앨범을 제작하지 않을까 싶네요."

Q. 공연을 기다리는 청중들에게, 클래시안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베이스의 솔리스틱한 매력과 실내악적 매력, ‘베이스가 이럴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실 거예요. 많이 기대해주시고, 베이스 많이 사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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