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작곡가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 대위법 공부가 반드시 필요한가요?
이수홍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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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4 17:24 | 최종 수정 2019.01.15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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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대위법 공부가 반드시 필요한가요?"
작곡 기법의 기초적 훈련이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에게 필자가 대위법 공부를 권했을 때 받은 질문이다. 작곡과에 입학하게 되면 필수적으로 받게 되는 수업 중 하나가 대위법인데 이 대위법 수업은 또한 학생들이 제일 어려워하고 싫어하는 수업이기도 하다. 화성법의 기초가 어느 정도 되어 있는 상태의 학생인 경우에도 2, 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공부인데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학에서의 수업 기간도 한, 두 학기로 짧게 끝나곤 한다. 그리고 이렇게 대위법 훈련이 충분치 않은 상태로 작품을 쓰게 되면 여러 가지 부족한 부분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대위법이란 서로 독립적인 선율들 사이의 상호 작용에 관한 공부라고 할 수 있다. 학생들이 바흐나 팔레스트리나의 대위법 양식을 배우는 목적도 특정 시대의 음악 양식을 알기 위해서라기보다는(이는 작곡가들보다는 음악학자들의 일인 것 같다)그 과정 속에서 보편적인 작곡 과정에 적용되어야 하는 선율들의 상호 작용 원칙들을 발견하는 것이어야 한다.
대위 선율들이 잘 구사된 음악은 마치 여러 사람이 서로 질서 있고 조화롭게 대화를 하면서 결론을 도출해 내는 모습과 같다. 서로 다른 사람을 압도하려 하지 않고 개개인의 의견이 분명히 드러날 수 있지만, 대화는 주제를 벗어나지 않고 하나의 결론을 향해 진행된다. 즉, 대위법적 음악에서는 주된 선율이 존재하고 그것이 여러 성부를 넘나들기도 하며 부차적 선율들도 서로 방해받지 않고 적절한 정도로 제시된다. 그리고 악구의 종지에 이르면 보통 성부들 사이의 독립성이 옅어지고 리듬도 비슷해진다. 즉, 결론을 얘기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위법 훈련이 부족하여 성부 간 독립성이 지나치게 되면 주선율을 인지할 수 없게 되어 음악은 둔해지고 추진력을 잃게 된다. 더욱 자주 나타나는 그 반대의 상황은 성부의 독립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그 역할이 곡 전체를 통해 한 가지 방식으로 지속하는 경우이다. 그러한 작품은 지나치게 평면적이고 지루하며 음악적 효과가 매우 떨어질 수 있다.
대위법 훈련의 의미와 목적을 말하면서 전제되어야 할 내용이 있다. 그것은 지금 우리가 논의의 대상으로 삼는 음악이 서양의 연주회용 예술 음악이라는 점이다. 많은 작곡 지망생들의 최종 목표가 영화 음악이나 게임 음악과 같은 기능적 음악을 만드는 것이라는 점은 필자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작곡 기법 학습을 위해서 현재 우리는 음악 이외의 다른 목적과의 연관성이 없는, 음악 자체를 위한 연주회용 음악 또는 순수 예술 음악에 한하여 얘기할 것이다. 일단 순수 예술 음악에 집중하여 훈련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를 통해서 가장 예민하고 주의 깊은 음악적 분별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별력은 나중에 다양한 장르와 분야의 음악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더욱 정확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준다. 즉, 예술 음악은 예술 음악답게, 대중음악은 대중음악답게 작곡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술가곡을 작곡하여야 하는데 뮤지컬이나 가요, 또는 교회 음악의 색깔을 벗어날 수 없다면 작곡가로서의 활동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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