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행복하게 음악 하고 있나요?
with 영화 '이차크의 행복한 바이올린'
유은결 객원 기자
승인
2019.01.02 01:49 | 최종 수정 2019.01.02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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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행복하냐고 물으면, 그렇지 않다고 답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전쟁과도 같은 입시 경쟁을 치러 음대에 진학해도 비싼 등록금, 끝나지 않는 실기시험 그리고 미래에 대한 걱정까지 도무지 쉴 틈이 없는 생활에 지쳐가기만 한다.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기계적인 의무감이 되어버린 우리 자신에게 여유를 주기 위해 새해에는 영화 한 편 어떨까? 마치 음악을 처음 듣는 사람처럼 뜨거운 감동을 주고, 진정한 음악의 정의를 깨닫게 해주는 영화 <이차크의 행복한 바이올린>을 소개한다.
영화 <이차크의 행복한 바이올린>은 이스라엘 출신의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차크 펄만(Itzhak Perlman,1945~,이하 이차크)이 주연을 맡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이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피아노의 거장 예프게니 키신, 첼로의 거장 미샤 마이스키와 함께 연주하는 이차크는 다른 사람과 조금 다른 점이 한 가지 있다. 어릴 적 소아마비를 겪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두 다리를 모두 잃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처지에 비관하거나 우울해하지 않고 항상 긍정적인 태도로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휠체어를 탄 상태로 요리도 하고 운전도 하면서, 다른 누구보다도 자신의 인생을 가장 빛나게 만들고 있다.
저는 언제나 ‘내가 가진 재능과 이 장애는 별개야.’라고 스스로 되뇌었어요. 앉아서도 연주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전 제 장애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에 대해서만 생각했어요.
모두가 그는 장애가 있기 때문에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차크는 장애가 있기에 더욱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였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 바이올린 가게 아저씨가 빌려주신 바이올린으로 처음 악기를 잡게 된 그는 음악을 통해 살아있음을 느꼈다고 전한다. 작은 바이올린에서 사람들을 감동하게 하는 커다란 힘을 발견했고, 몸이 불편해 온몸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 없던 그가 바이올린을 통해 오히려 그만의 소리를 담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신체적인 장애를 잘못된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 때문에 그는 연주자로서의 삶을 포기하려고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를 독립된 하나의 인간으로 살도록 가르쳐주신 부모님과 선생님으로 인해 그의 아름다운 바이올린 소리가 여전히 남아있게 되었다. 어린 소년에게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주었던, 그 가르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펄만 음악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 연주자를 양성하는 데 힘쓰고 있다. 또한 장애를 가진 예술가들을 위한 재단과 재활센터 등에 기부하며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가 정의하는 음악 그리고 예술은 우리가 꿈꾸고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무언가이며, 예술이 없다면 이 사회는 완성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인간보다 똑똑한 인공지능이 등장하는 작금의 시대에 음악을 듣고 감동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연주를 통해 직접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우리가 가진 특권이다. 심장을 뛰게 하는 연주를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행복하게 음악 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면 이차크에게 질문하자. 당신은 어떻게 행복하게 음악 할 수 있게 되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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